2009년 6월 9일 화요일

세벌식에 대한 이야기.

1990년 컴퓨터를 처음 접한 이후로 사용했던 한글 자판은 - 당연히 - 2벌식이었다. 당연하게 사용하던 자판을 바꿔볼까 싶었던 것은 4년전쯤이다. 그 때 문득 별로 할 일이 없던 휴일에 세벌식을 연습해보겠다고 타자 연습 프로그램을 켜두고 삽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쉽지 않았다. 10년이 넘도록 사용하던 자판을 바꾼다는 것은.

연습했던 자판은 "세벌식 최종"이었다. 세벌식을 연습하러다 보니 자판 종류가 많았다. 뭘 해야하지? 하면서 구글링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냥 "최종"이라니까 이게 가장 좋아보였다.

얼마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공병우 박사님께서는 수 많은 최종 버전 자판을 만드셨단다. 돌아가시기 전에 만드신 것이 세벌식 391이며 이 때도 최종이라고 붙이셨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이게 그냥 최종이 되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최종'이라는 이름이 이 자판이 가장 좋기 때문에 최종이라고 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자판이 있지만 가장 많이 이용되는 세벌식 자판은 390과 391이다. 앞에서도 말했든 391은 최종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390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하겠다.

세벌식 자판은 한글 입력에 있어서는 정말로 편리하다. 두 벌식은 초성과 종성을 모두 왼손이 담당하고 있는데 세벌식은 초성, 중성, 종성이 모두 다른 자판으로 배치되어 있어 리듬감 있는 타자가 가능함은 물론 일명 "모아치기"가 가능해진다. 무슨 말이냐 하면 피아노 치듯 동시에 3키를 눌러도 한글이 입력이 된다는 것이다.

'글'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초성 ㄱ를 담당하는 쿼티 자판 K, 모음 ㅡ를 담당하는 G, 받침 ㄹ을 담당하는 W를 동시에 눌러서 입력을 할 수 있다. 동시에 누른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것이므로 다시 말하면 세 키를 누르는 순서가 달라도 입력이 잘 된다는 것이다. 받침, 모음, 초성으로 입력해도 글자가 잘 입력된다.

당장 실험해보고 '어? 안되는데?'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제공하는 기본 한글 입력기는 이 모아치기가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나루'나 '날개셋' 입력기를 설치하는 것이 세벌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새나루의 경우 XP에서 매우 잘 동작했으나 현재 내 VISTA에서 설정 저장 문제가 있어 사용이 거의 불가하고, 날개셋은 아주 잘 동작하고 있다.

세벌식을 한 번 연습해볼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세벌식 390도 나쁘지 않다. 넘어오는데 더 편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벌식은 앞에서 말했듯 초중종성을 모두 따로 배열해두었다. 따라서 키가 모자란다. 숫자키가 더 이상 숫자키가 아니며 한글 입력에도 숫자키를 이용한다. 이것은 390이든 391(최종)이든 마찬가지이다. 최종 자판의 더 큰 문제는 기호 자판 또한 모두 다르다는 것이며, 심지어 $, %와 같은 기호는 아예 없다. 390자판은 다른 기호 자판이 영문 쿼티 자판과 거의 비슷하다. 느낌표(shift + 1)을 제외하고는 shift + 숫자를 통해 입력하는 모든 기호가 같으며 <, >등이 조금 다를 뿐 나머지도 거의 동일하다. 기호를 동일하게 만드는 대신 몇몇 이중받침을 포기했기 때문에 두벌식 입력하듯이 이중받침을 두 번 타이핑하여 입력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긴 한다.

사실 최종을 쓰다가 390을 발견하고 '아! 이게 더 좋겠구나!' 했었다. 하지만 익숙해진 자판을 바꾸는 것은 역시 쉽지 않았으며 '옳', '맑'과 같이 비교적 많이 쓰이는 단어를 입력할 때 리듬이 깨지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최종으로 돌아왔다.

두 자판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사용자의 마음인 것 같다. 어느 것이 더 우수하다라고 하기에는 각각이 장단점이 있다.

한글 타이밍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세벌식으로 이동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세벌식을 쓰다가 두벌식 타이핑을 하면 확실히 왼손이 피곤하며, 특히 한글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ㅆ받침이 두벌식은 shift와 함께 입력해야 하는 반면 세벌식은 한 번의 타이핑으로 입력되다는 점이 내가 세벌식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